Mr. McMahon

캐릭터를 연기하는 자, 그 침범을 두려워할 것
netflix
documentary
Author

JS HUHH

Published

September 30, 2024

The Book

TL; DR

  • WWE의 역사를 미스터 맥맨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 캐릭터를 연기하는 자와 캐릭터를 온전하게 나눌 수는 없다.

WWE라는 독특한 비즈니스

비즈니스는 단순한 거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각자의 개인적 역사, 컴플렉스, 욕망이 뒤섞여 세상과 부딪히며 만들어지는 복잡한 여정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성공과 실패라는 객관적 평가와는 별도로 ’무엇’을 얻게 된다. 그 ’무엇’이 개인에게 무엇을 남기게 될까?

WWE를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이 질문에 관해서 한 가지 흥미로운 답을 엿볼 수 있다. WWE는 종종 “짜고 치는” 각본이라며 비판받지만, 그 내면에는 치열한 내러티브와 실제 몸을 부딪히는 스포츠를 넘어선 몸놀림이 존재한다. WWE의 흥미로운 점은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와 물 밑에서 움직이는 숨은 내러티브가 복잡하게 얽히며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재까지 최고의 레슬링 단체로 군림하고 있는 WWE의 역사를 이끈 빈스 맥맨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운 다큐멘터리의 주제가 될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 “Mr. McMahon”은 WWE의 모든 세부 역사를 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팬이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주요한 역사적인 장면들은 고르게 담고 있다. 예를 들어 헐크 호건이 수퍼스타로 형성되는 과정, 스테로이드 남용을 둘러싼 논란들, 브랫 하트가 연루된 “몬트리올 스크루잡”, WCW와의 대립, 그리고 애티튜드 시대의 시작과 WWE의 부활 등이 내용에 담겨 있다. 빈스 맥맨의 후계 구도를 둘러싼 스테파니 맥맨과 셰인 맥맨 사이의 가족 경쟁(패밀리 비즈니스)도 흥미롭게 다뤄지고 있다. 굳이 WWE의 팬이 아니더라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어쩌면 다소 극단적인) 비즈니스의 역사다.

캐릭터와 캐릭터를 연기하는 자는 구별될 수 있을까?

WWE는 매우 미국적인 스포츠다. 레슬러들은 각자의 페르소나를 극단적으로 과장해서 무대 위에서 올라 이를 몸의 스포츠로 풀어낸다. WWE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를 보자. 그가 WWE 링 위에서 보여준 모습과 훗날 그가 정치 무대에서 보여준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과장’되어 있는 (혹은 솔직한?)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애시이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떠오른 것은 니체의 괴물 내러티브다.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자는 괴물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WWE와 빈스 맥맨의 이야기에 그대로 적용된다. 사업가로서의 WWE 내에서 만들어진 악당 “미스터 맥맨”과 개인 “빈스 맥맨”은 처음에는 분리된 존재였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둘은 점점 뒤섞이고 결국 하나의 혼종과 같은 그 무엇으로 변해가지 않았을까? 이 과정에서 빈스 맥맨은 그 자신이 만들어낸 괴물 미스터 맥맨에 잠식된 것이 아닐까?

빈스의 성폭행 사건 연루 및 이로 인해 모회사 TKO 그룹에서 그가 배제되는 과정이 소개되지만, 이는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다큐가 완성될 즈음 터진 사건이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이 대목은 다큐멘터리가 남기는 아쉬움 중 하나일 것이다.

문득 이것이 WWE만의 이야기일까 싶기도 하다. 결국 모든 사람은 관계에서 어떤 역할 수행(role-playing)을 하기 마련이다. 이 역할 수행은 나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나는 떄로는 해악적일 수 있는 역할 수행에서 얼마나 어느 정도까지 자유로울 수 있을까? WWE와 빈스 맥맨의 이야기는 이 질문을 매우 증폭되고 극단적인 형태로 우리에게 던진다.